[영화] 타워
엄마랑 영화관 나들이
몇 해전, 뮤지컬 티켓이 공짜로 생겨서 어머니와 함께 대학로 나들이를 한 뒤로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랑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다. 좋은 것이 있으면 언제나 우리들부터 챙기시는 어머니인데, 정작 우린 아들 노릇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쉬는 주말을 이용,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롯데시네마 장안'점을 찾아서 조조 영화로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주연의 영화 '타워'를 관람했다.
평화로운 분위기로 시작하여 거침없는 화염에 휩쌓이는 충격적인 광경,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어머니께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을 선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시네마 장안점은 '바우하우스' 장안점 11층, 12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내려오면서 10층 푸드코트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옷가지 등 기타 쇼핑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만, 티켓을 예매 하고 갔음에도 자동 발권기가 없어서 표를 뽑고 대기를 해야 하는 점, 넉넉하지 못한 의자 사이즈 등은 불편함과 함께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손예진'이라는 배우 이야기
사실, '타워'를 본 이유는 어머니와 함께 보기에 적합한 한국영화라는 점도 있었지만, 출연진 중 한 명인 '손예진'씨의 오랜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데뷔작인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FAN'이 되길 자청하여,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도 인터넷 팬카페 가입을 찾아보기도 했다.(아쉽게도 유료 회원가입을 하기엔 너무 어렸다.) 어쨋든 이후 출연작들을 대부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요 근래 출연작은 통 보질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다시금 '팬心(?)'을 발휘하여 '타워'를 보게 된 것이다.
요런건 그냥 팬 서비스컷(?)으로 넣어보았다.
2001년 '맛있는 청혼' 당시 스무살 남짓했던 예진 누나의 나이를 어느덧 내가 훌쩍 넘겨버렸으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빠르다. '2001년'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지 않은가? 바로 9.11 테러사건이다. 정확히 몇 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드라마 시청중 갑자기 뉴스 속보가 떴고 빌딩에 비행기가 처박히는 영상이 보였다. 그러나 어린(?) 나로서는 '왜 드라마 안 하는거야!'라는 상투적인 화만 낼뿐 그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는 다음날이 되어 온통 그 얘기 뿐일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번 영화 '타워'의 경우 '테러'에 의한 사고는 아니지만 '비행 물체'에 의한 '초고층 빌딩'사고는 다를 바 없어 괜스레 그때의 그 모습과 살짝 오버랩 되기도 했다.
영화 '타워' 이야기
이제 본격적인 영화 얘기를 해볼까.
전체적인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여의도에 63빌딩 옆에 초고층 빌딩 타워 스카이가 들어섰다. 이 초고층 빌딩은 쌍둥이 빌딩으로 50여층에서 두 건물을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다리가 놓여져 있고, 주상복합아파트로써 엄청난 시세를 자랑하는 건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빌딩을 관리·유지하는데는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며, 건물주 조사장(차인표 분)은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여 세대주들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선사하고 있었다.
올 크리스마스 이브도 여느때와 다름 없는 파티를 즐기던 중,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준비한 소방헬기의 눈뿌리기 쇼가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게 된다. 초고층 빌딩 사이로 부는 난기류를 만나 소방헬기의 제어가 힘들어지면서 건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이와 동시에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영화는 어느새 절망과 절규만 남은 아비규환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
영화는 가상의 건물을 온전히 CG를 통하여 만들어내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재난영화가 그렇듯 스튜디오 작업과 CG 작업을 많이 병행하여야 했을텐데, 분명 미흡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여 볼 수 있을 정도의 매끄러운 CG 및 수작업이 병행되어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식당가에서 앉아있을 때 밖으로 보이는 배경과 인물들 간의 주변부 CG처리가 눈에 띄게 티가 난 점이다. 이 배경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그래 보였고 그게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배우들의 완전 고생한 티가 팍팍 나는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토를 달 수 없을 정도였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사실, 영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섬세한 연기력 보다는 비쥬얼적으로 보여주는게 많은 스케일로 가다보니까 배우들 개개인을 챙길만큼의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부분부분 묻어나는 모습에서 충분히 배우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결국 영화는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행복'은 한 수간, 언제든 우린 '죽을 수 있다'라는 경고 아래 무심히 내던져진 배우들은 '살기'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로 잘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할렐루야" 영화는 언제나 심각한 모습만을 보이진 않았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깨알같은 웃음 코드를 선사하면서 관객들의 졸인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분!↑. 바로 '김인권'씨다. 영화 '해운대'에서부터 보아온 이 분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 영화가 왜 '해운대'를 더 생각나게 했는가를 더욱 잘 상기시켜준 장본인이다. 영화는 내내 같은 부류의 재난영화 '해운대'를 생각나게 했다. 일단 등장인물부터 설경구, 김인권, 송재호씨가 등장하였으며, 여-남-아이 구도인 엄정화-박중훈-김유정에 손예진-김상경-조민아가 등장하여 비슷한 인물구도를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쓰나미'를 불러일으켰던 '물'이 등장함으로써 보다 확실히 '해운대'의 모습이 각인될 수 있었다. 그래서 같은 감독님이신가 하고 찾아봤는데 배급이 CJ인것 말고는 딱히 제작쪽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지 못했다. '타워', '해운대' 두 영화의 제작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런 것이지 실질적으로 딱! 관계가 없다. 라고는 말 못한다.
영화 '타워'가 남긴 것
'타워'는 분명 재난영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초고층 빌딩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영화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소방차에 있는 고가사다리로는 19층 이상 진화가 어렵다고 한다. 직접 소방관들이 가지 않는 이상 그 이상의 불을 진화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층빌딩들도 자체적인 방화·방재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정말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며, 정상 작동할 것인지, 그리고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서 설계해야 할 것이다. 결코 영화 속 모습이 현실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므로, 만에 하나. 우린 그 1%도 안 되는 확률을 위하여, 안전을 위하여 충분히 규제하고 관리·감독 해야 한다. 초고층 빌딩의 화재는 단지 내부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또 느낀 것 한 가지는, '소방관'분들의 소중함이다. 영화 속이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과 죽음이 그저 '안타까움'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이 시간, 이 순간에도 타인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서 또 하나의 목숨이 살아나고, 또 하나의 재산이 지켜진다. '정말 투철한 직업 정신 없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이 영화로 인해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고, 더 안전하게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관계자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글을 마치며.
배우 '손예진'을 보러 갔지만, 소방관들의 노고와 초고층 빌딩의 위험을 실감하고 온 영화였다. 같은 재난영화 '해운대'가 110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 이 영화도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있나? 적어도 800만은 넘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보며,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한다.
손가락 꾸욱~! 글쓴이에게 힘이 됩니다. ^^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크로스 season 2 - 진중권 + 정재승 지음 (1) | 2013.01.14 |
---|---|
[음악/리뷰] 싸이 6집 - 싸이6甲 Part.1 (0) | 2013.01.14 |
[책/리뷰]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지음 (0) | 2013.01.11 |
[영화/리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0) | 2013.01.09 |
[드라마/리뷰] 응답하라1997 (0) | 201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