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페스티벌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아일랜드식 가구 재활용 + 톤레삽강은 멈추지 않는다
요즘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들로 영화를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도 솔직히 '이벤트'라서 참여했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었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서 다녀오게되었다. 알려진바로는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라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건줄 알았는데, 이는 소제목인듯 싶었고, 실제로 상영된 영화는 '아일랜드식 가구 재활용'과 '톤레삽강은 멈추지 않는다' 두 편이었다. 그리고 '영화제'라는 타이틀답게 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상영의 처음 시작은 한국인 배우들(?)이 나와서 영화제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에 연인이 나와서 영사기를 틀어놓는데, 그 속에는 다시 그 연인과 함께 태양열판이 그려진 박스를 쓴 다른 사람들도 나와서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 정확히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자분이 '차를 마시고~'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남자분이 다른 가사를 추임새식으로 넣다가 '영화도 보고~'라고 하면서 영화의 서막을 알렸던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진 다른 상업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인 주최와 협찬사 등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으로 영화가 본격 상영되었다.
두 편의 영화는 총 런닝 타임이 1시간 반쯤 되었는데, 앞선 영화 '아일랜드식 가구 재활용'이 한 10~20분, 나머지가 '톤레삽강은 멈추지 않는다' 였던 것 같다.
'아일랜드식 가구 재활용'은 한 장 한 장 찍어서 동영상으로 만든 영화같았다. 워낙 많은 수작업을 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영 시간도 짧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내용은 나름 유의미했다. 아일랜드로 추정되는(제목이 그러하므로) 어느 시골 마을에 나이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가구가 옮겨지면서 재활용 공장으로 찾아가 보수를 통해 옛날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분위기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옛 것을 버리는 것만이 무조건 진리는 아니다.'라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나타내고자 했던게 아닌가 싶다. 뭐, 이처럼 나름 유의미한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짧고 굵은 시도를 한 것에 비해서는 의미가 너무 협소하지 않았나 싶다. 환경을 생각해서 새로운 가구를 사기보다는 옛 것을 고쳐쓰자는 것이었겠지?
'톤레삽강은 멈추지 않는다'는 캄보디아의 톤레삽강을 주변으로 먹거리를 구해 살아가고 있는 농사꾼 집안과 어부 집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형식은 따로 배우를 쓴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형식 같았다. 그런 점에서 솔직한 느낌은 TV를 통해서 방영되는 환경 스페셜류의 프로그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굳이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느낌이었다. '환경영화제'이기 때문에 걸린 것이겠지 싶으면서도, 좀 더 깊이있는 영화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두 집안의 맏이들은 결국 빚을 값기 위해 도시로, 대농장으로 일거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자신들도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고기를 잡으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은 이제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다. 현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공순이고 중국 농장주의 노예일 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겪어보지도 못한 70~8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가 떠올랐다. 시골에서 도시로, 서울로 상경하여 이미 자리잡은 거대한 자본 앞에 노예와 다를 바 없는 기계적인 삶을 살았을 그 시절을 상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 것을 느꼈다. 캄보디아도 비록 지금은 우리의 몇 십년 전 과거와 같은 모습을 현재 살고 있을지라도, 우리가 발전 했듯이 그들도 발전한 모습이 되길 바라본다.
맏이로서 일거리를 찾아 나간 것은 사실 시작에 불과했다. 공장을 짓기 위해 농장을 사들이는 거대 기업 앞에 힘없이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으로 이어져온 땅을 팔아야 할 운명에 처해있고, 마찬가지로 조상 대대로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오던 강에서 어쩐 일인지 물고기가 시원찮게 잡히면서 그들은 이제 '살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가슴에 와 닿았던 농사꾼 아내의 말이 있었다. "남의 것을 사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꾸만 아프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 세상에 자급자족이 웬말이냐 싶겠지만,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의 최근 미션 원산지 알고 먹기편을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우리의 먹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분명 감사할 일이나, 또 한 편으로는 내 손은 아니더라도, 우리 땅에서 나는 음식조차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씁슬하기도 했다.
'환경'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만든 영화들일텐데, 결국엔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환경을 잃고 살아갈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이다.
즐거웠다면, 그걸로 O.K
손가락 꾸욱~! 글쓴이에게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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