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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책/리뷰] 서른, 정치를 공부할 시간 - 김경진, 김외현, 박국희, 윤완준, 임지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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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정치

공부할 시


김경진·김외현·박국희·윤완준·임지선 지




이번에 책을 고를 때는, 최근들어 문득 머릿 속을 헤엄쳐 다니는 한 가지 의문을 푸는데 초점을 맞춰서 고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삶'이란 것은 매우 정치적인데, 그렇다면 그 '정치'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서점에서 마주한 이 책에는 연인 사이의 '밀당'에 대해서, 그리고 정치에 T.O.P(Time, Opportunity, Place)를 입히면서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구매한 이 책에서 내가 놓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정치부 기자들이 이 책의 지은이라는 점이다. 2012 대선 당시 대통령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국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정치판'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_첫 번째 프로포즈


우리는 TV 토크쇼에 나온 정치인들을 보며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기존의 날카롭고 냉철한, 딱딱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 아줌마 같은 푸근함과 인자함이 느껴지는 따뜻한 정치인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시뮬라크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지만 실제는 아닌, 현실의 복제물 같은 모습일 뿐이다.


어쨋든 우리는 정치인들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일쑤다. 누가 어떤 이미지를 쌓았으냐보다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이 어떤 정책들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는 정책공약집을 돈을 받고 판매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곧 베스트 셀러가 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문화 만들지 못하란 법 없다. 책이 아니더라도 공약을 나열한 어플이라도 만들어 배포해줬으면 한다. IT 강국 대한민국 아니던가. 공약부터 실천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어플을 다음 선거에선 꼭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정치인이란 나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아야 하는 존재다. 혹자는 그래서 정치를 위대한 직업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이 위대하다는 소리는 물론 아니다. (69쪽)



이 책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출간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알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대한 내용도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세 후보자(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이 책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힘이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로 분명하게 나뉜 5대 주요 언론사의 기자가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 한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없었으므로.



#_두 번째 프로포즈


정치는 지나간 어제에 놓여 있지 않고, 

다가올 내일에 숨겨진 것도 아닙니다.

오늘의 우리와 함께 정치는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에서 숨겨진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89쪽)


바로 내가 정치에 대해 알고 싶은 이유다.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서 행사하는 집단이며, 실상 바쁜 우리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뽑아서 정치를 맡기는 것뿐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의 행위는 누군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행하고 있을 뿐이다. 교사라면 부모로부터 가르칠 권리를, 기자라면 독자로부터 알 권리를.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권리를 위임받아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그 권리를 오남용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유세나 연설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며, 제품 판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케팅CEO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보이지 않는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되었다.



정치 무관심 세대인 20~30대가 반해서 리트윗하게 만드는 멋진 연설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147쪽)



#_세 번째 프로포즈


개그콘서트에는 현재 '갑을 컴퍼니'라는 코너가 있다. 언젠가 여기서 최효종은 "갑과 을의 관계만 잘 알아도 회사생활이 편해"라고 했더랬다. 맞다. 갑과 을의 관계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원도 자리에 따라, 또 물러나고 새로 등용됨에 따라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뀌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영원한 갑甲도 영원한 을乙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겠다.


테마로 읽는 정치 15. 골치아픈 책 속에서 언제나 가장 재미있는 것은 '쉬어가기'다. 이 책도 그런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역대 정치인들의 특별한 기록이 담긴 이 꼭지에서 신기한 눈초리로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빵! 터진 곳이 있었으니, 빚 3억 27만 6천원으로 가장 적은 재산을 신고했다는 한 의원의 대목이었다. 연봉이 1억 6천만원쯤 된다고 하니, 4년 국회의원 생활동안 빚은 청산하시려나.



#_네 번째 프로포즈


실망하는 것보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중에서 (229쪽)


글쎄,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든 기대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사람이라서.



테마로 읽는 정치 20. 언론의 자유와 책임편에서는 언론보도로 개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피해를 구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하고 있다. 어찌보면 자신들의 잘 못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인데, 각자 메이저 신문사에 소속되어 있는 현직 기자 신분으로 이런 정보를 담았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언론보도로 개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엔 ①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등을 청구하며 조정·중재에 나서거나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③검찰·경찰에 형사고발할 수 있다. 피해자는 3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도 무방하다. 준사법적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14일 안에 조정 처리결과를 얻을 수 있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만 조정·중재의 성격상, 법원과 같은 사법적 판단이나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



이쯤에서 든 생각 하나. 소주제 구분을 '프로포즈'로 해놓았을까? 누구에게? 무얼 위한? 프로포즈인가.



#_다섯 번째 프로포즈


의원들이 법안을 만드는 방법에도 족보가 있다는 얘기에서 꼴랑 한 두글자 바꾸기 위해 법개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나와있다. '미친놈' 세 글자가 제일 먼저 머릿 속에 떠올랐다. 한 두글자가 때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남자를 남성으로, 여자를 여성으로 바꾸는게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사례가 한 두건은 아닐 것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물론 '법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토씨하나까지 사사건건 신경쓰면 더 중요하고 절실한 법안은 언제 처리할 것인가. 


법안 하나를 온전히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또한 많은 의원들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한 법인데, 보다 국민을 위하고, 더 많은 사람이 혜택 받으며, 그렇다고 소수의 의견도 무시받지 않는 민주정치가 실련되는데 그 힘과 능력이 쓰였으면 하는 바이다. 법 하나 만들었다고 우쭐댈 시간에 하나라도 더 손보는 국회의원들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투표장에 가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투표가 쉬운가보다 누굴 뽑느냐가 중요한 거야." (311쪽)


0과 1은 세상을 바꿔놓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보다 손쉽게 투표가 가능해졌고, 이는 더 많은 대중의 정치 참여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부정한 방법-예나 지나-과 디지털 오류는 이러한 발전과 변화에 찬물을 끼얹었고, 정보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정치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골칫덩이에 불과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리는 정치인을 욕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매 순간 '정치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하며 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부턴가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사용되는 표현이 됐지만, 예수나 부처 정도 되는 뼛속부터 이타적인 인간이 아닌 이상 우리 모두는 나를 가장 사랑하며 원활한 사회관계를 위해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가장 원초적인 '정치적 인간'인지도 모른다. (322~323쪽)


내가 이 책을 읽고자한 이유. 이 말을 듣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싶다. 우리 모두는 '정치적 인간'이라는 것.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연속된 정권에 나의 20대를 온전히 바쳐야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 중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를 반성하고, 그러나 우리 모두는 '정치적 인간'이었다는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정치'에 대해 의미찾기에 나섰다.



대통령 임기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레임덕'이다. 어느 대통령도 추락한 인기를 막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좀 끝까지 권세를 누리며 정말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본다.



즐거웠다면, 그걸로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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