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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책/리뷰]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 크로스 season 2 - 진중권 + 정재승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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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 정재승




'크로스'는 과학자 정재승 교수와 미학자 진중권 교수가 동일한 주제(키워드)에 대해서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미 1편을 통하여 이 유쾌한 만남을 지켜본 바 있는데, 시즌2에서는 '은밀한 욕망을 엿보는'이란 부제를 달고 또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보였을까 궁금증이 생겨 한달음에 읽게 되었다.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일부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2012년 현재,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들만 골라 얘기를 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어떤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책이다.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만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제를 통해 드러난 책 속의 키워드들은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로또, 자살, 키스, 학교짱, 종말론 그리고 4대강까지!


그러나 책을 읽으며 크로스하기 다소 어려운 주제들도 몇몇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이슈'가 키워드 선정의 주된 이유가 되다보니 본의 아니게 각자의 전문 영역(과학, 인문학)에서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없잖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뽀로로


뽀롱뽀롱 뽀로로는 어린 쌍둥이 사촌동생들에게도 그 짖궂음을 잠재울 수 있는 위대한 구세주였다. 지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서 더이상 뽀로로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여전히 4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뽀통령 혹은 뽀느님으로 군림하는 중인가보다. 더군다가 전 세계 수 십여개국에서 방영되며 시청률 또한 높다고 하니 대박 중의 상 대박이라.


착하지만은 않은 뽀로로를 보면서 문득 내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둘리'가 떠올랐다. 뽀로로보다 훨씬 말썽쟁이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둘리. 훌쩍 자라 어른이 된 지금, 둘리를 떠올리면 가장 측은한 캐릭터가 바로 '고길동'이다. 매번 둘리한테 당해서 몸이 성한 구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탕진하게 된 고길동, 그러면서도 둘리에게 혼도 한 번 제대로 못 내니 이보다 불쌍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뽀로로에서 이런 사연많은 캐릭터는 없지만, 남극 펭귄과 북극 곰, 사막 여우 등이 한 곳에 모여 사는 풍경을 보면서 한 번 더 따져본 적이 있다. 고길동에 대한 연민과 뽀로로 친구들의 서식지를 왈가왈부 하는 걸 보니,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은 이제 내 속에서 사라진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싸움짱은 공부짱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 미친 리그전이 모두 끝나고 나면, 결국 우리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막연하게나마 말이다. (119 page)



+ 자살


 세상이 아무리 싫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생각따윈 하지마..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 살아서 느껴. 싸늘한 시체보단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현실이 더 낫다는 것을.

 

 정말 죽고 싶다면.. 그렇게 죽는다면.. 그건 병이야. 정신병. 그러니 고쳐. 병원가서 고쳐. 그래서 살아.

 

 누군가 또 죽으려 한다면. 난 그래도 살아보라고 말하겠다. 죽기보다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한다는 거 난 모른다. 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모르는 거다. 그래서 나는 모른다. 나는 그런 선택을 해본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들 입장에서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말이야. 내 입장에서. 세상을 죽음이란 것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말이야. 너희의 선택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야. 죽어? 그러면 왜 살았어? 왜 태어났어? 네가 태어나서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보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거니?

 

 네가 병원에서 태어나면서 받은 의료보험 헤택으로 정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가 있고, 네가 먹다 남겨 버린 음식이 다른 이에겐 생명의 불씨가 될 수 있었고, 네가 숨쉬면서 내뱉는 이산화탄소로 지구 온난화가 아주 미세하게나마 가속화되고, 네가 버린 쓰레기 하나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터전이 점점 줄어들고, 네가 코푼 휴지 하나에 나무 한그루가 사라져가고, 네가 죽음을 결심했을 때, 정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치일 뿐이며, 네가 죽어가고 있을 때, 너의 주변인은 너로인해 슬퍼하고, 너로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되어서 그 경제적 가치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이 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네가 살아만 준다면. 네가 살아만 있다면. 너로 인해 받지 못했던 의료보험은 네가 벌어서 다른 이에게 갚으면 되는 것이고, 네가 먹은 음식으로 너는 더욱 힘을 내서 다른 이의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네가 숨쉬면서 살아있어 나무 한그루를 심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고, 네 삶이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고, 너의 움직임이 이 나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어.

 

 그러니 살아.

- 2009. 6. 8 싸이월드 미니홈피 중 <죽지마..>


매우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자살을 대하는 나의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이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고 한다. 여전히 나의 관점에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한다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현실이 더 낫다고 생각하길, 바라본다.



종말론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종말론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시대의 종말', 즉 사악한 시대의 끝에 정의로운 시대가 오리라는 혁명적 메시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 page)


토록 떠들석했던 2012년 12월 21일은 그저 금요일에 불과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초의 종말론은 2000년 밀레니엄 버그와 함께였다. 그리고 12년이 흘러 마야력을 기준으로 종말론이 횡행했다. 이제 다음 종말론은 언제쯤 등장할까? 내 살아 생전 얼마나 많은 종말론을 지켜봐야 하는가. 하. 웃기다.



군대에서 쇠고기는 부재하면서 존재했다. 돼지고기는 그보다는 조금 나았다. (153 page)


- 요즘은 매일이 고기며, 곰탕에 고기가 없으면 아주 지.랄.난다. 참 좋은^세상이다.



롤모델의 업적에 비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롤모델의 사진이 오히려 창의적인 업적을 남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얘기다. (238 page)


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사진을 가까이 하지 말라. 난, 누가 되고 싶었더라. ? 그것부터 고민해봐야 겠다.



+ 케이팝


'문화'라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도 아니오, 일순간에 사그라들 것도 아니다. 하지만 K-POP 열풍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양식을 따라 어느 한 순간-혹은 그보다는 조금 오랜 기간에 걸쳐-에 형성된 것이라면 일순간에 사그라들 것임에 불보듯 뻔하다. JYJ가 '음악'이란 장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들의 팬이 아닌 나로서는 알길이 없으나-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고-, 적어도 개개인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케이팝의 미래를 보장해줄지는 미지수다. 온전히 음악으로 모든 걸 승부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뼈대 없이 살만 가지고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한류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 너도나도 이에 기반한 드라마를 제작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대장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했는데 반해 해외 시장을 목표로 만들었던 드라마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도 초라한 성적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변변찮은 성적을 올리는데 그치고 말았다. 자국민이 외면하는 드라마를 외국사람들이 뭐가 예쁘다고 봐주겠는가 말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문화마저 '단일'화 되는 현상이 발생하곤 하는데, 문화는 결코 '단일'화 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되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은 아닐지언정, 한국적이지도 않은 어설픈 문화를 들이대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케이팝 역시 한국적인 멋을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수용하고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휴머노이드 연구에 회의적이었다. 인간을 닮은 이족보행 로봇이 세상에 쓸모 있을 경우가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미국은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진공청소기를 쥐어주는 것보다 '룸바Roomba'처럼 청소기를 로봇으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88 page)



+ 라디오


'라디오'에 대해 그 흔한 추억거리 하나 없다는 게 아쉽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라디오'는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사랑 고백을 하기도 하고, 때론 지친 일상을 위로받는 활력제가 되기도 한다. 나도 잠시 그 '맛'을 느껴보고자 라디오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고3 수험생 시절, 공부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몇 번 들어봤던 게 전부다. 딱히 라디오를 재생시킬만한 기기가 없어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하다가 라디오보다 다른 '짓'이 하고 싶어 라디오 프로그램 마저 꺼버렸던 기억이 난다. 


라디오는 이제 공유될 뿐이다.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라 거대한 냉동고 속에 꽁꽁 얼려두었다가 꺼내먹는 식재료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싱싱한 재료를 찾는 사람들-특히나 운전을 많이 하는 분들-이 있고, 라디오 사연 응모란엔 구구절절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과 달아난 배꼽을 잡으러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할 정도로 웃긴 사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학창시절 기술 시간에 납땜 몇 번이면 만들 수 있었던 단순함이 미덕인 그 '라디오'가 자취를 점점 감춰가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모습-어플 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우리들 곁에 찾아들었지만, 저장해뒀다 먹을 수 있는 냉동 식품처럼 라디오 방송도 녹음해뒀다가 '다운로드' 해서 뮤직 플레이어로 '재생' 해 듣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디.지.털.세.상.은.도.래.했.다.



나와 팔로어가 많이 겹치는 커넥터에게 트윗 글을 날리면 커넥터가 리트윗을 안 해주더라도 공통의 팔로어들에 의해 리트윗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14 page)


+ 트위터


내가 트위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사실 순전히 '글' 때문이었다. 대학교에서 교지편집위원 생활을 하면서 날마다 글감에 시달려야 했고, 고민 끝에 2010년 가을호 주제로 찾았던 것이 '트위터'였다. 당시만해도 트위터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았다-적어도 내 주변엔,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래서 트위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소통에 관한 짧은 언급을 시도했다. 독자들을 일일이 만나보지 않아서 결과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트위터를 '어려워'한 것 같았다. 난 페이스북이 더 어렵던데.


그런데, SNS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내가 바라본 둘의 차이점은 흘러가느냐 머물러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이 팔로우와 친구 맺기 수의 압도적 차이(7,000 팔로잉 vs 83 명)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트위터는 140자의 단문으로 이루어진 짧은 이야기를 뱉어내는데 반면 페이스북은 보다 긴 텍스트를 다양한 페이지와의 결합을 통하여 보다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만든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트위터를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쓰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아는 지인들끼리 소식을 주고 받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소통'이란 빅키워드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nextr8 <- 팔롱&멘션 좀 보내주세요! 폭풍 수다 가능 합니다. Anytime!



놀이의 진정한 적은 상대가 아니라 '쓸데 없다'는 말로 '놀이의 분위기를 깨는 자Spielverderber'다. (32 page)



+ 로또


우리나라 성인 중 '로또'한 번 안 사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도 즉흥적으로 로또를 몇 번 사봤는데, 결과는 5등에도 걸리지 않는 불운이었다. 내 로또 기억 중 가장 뇌리에 깊게 남은 '사건'은 바로 '꿈'이다. 꿈 속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나타나셔서 "무조건 5개는 맞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당시 나이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어머니께 부탁해서 로또를 사오게 됐는데, 결과는 무려 6개의 번호가 맞았다! 그럼 1등 아니냐고? 아니다. 5개 게임에서 총 6개의 숫자가 맞았고, 그 중에서도 한 개의 게임에서 3개가 맞아 본전치기만 겨우 했다. '한 게임만 샀어야 했는데….'하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로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허황된 꿈이라지만, 그 일확천금을 기약하며 한 주의 피로를 로또 숫자와 함께 맞바꿀 수만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꿈이 어디있으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1/8,145,060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산 돈이 모두 1등 당첨금으로 내주는 것은 아니니 모든 숫자 조합의 복권을 한 주에 질러도 본전치기도 못할게 불보듯 뻔하다. 로또 살 때, 번호를 맞춰볼 때의 그 기분. 즐거웠다면, 그걸로 O.K





손가락 꾸욱~! 글쓴이에게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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